[단독] 막혀버린 아파트 사잇길…철문 세우고 외부인 금지

[단독] 막혀버린 아파트 사잇길…철문 세우고 외부인 금지

김중래 기자
김중래 기자
입력 2023-11-21 02:11
수정 2023-11-21 02:1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강남 단지들 “사생활 침해”
공원·등산로 오가는 길 막아
시정명령도 무시하면 그뿐

이미지 확대
공원과 맞닿아 있는 한 아파트 출입로에 ‘외부인 출입 금지’.
공원과 맞닿아 있는 한 아파트 출입로에 ‘외부인 출입 금지’.
“예전에는 누구나 드나들고 편히 공원을 오가던 길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막혔다. 추레한 노인들이 고급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는 게 싫었던 것 아니겠나.”

20일 서울 강남구의 대단지 아파트 사이에 조성된 개포근린공원. 공원과 맞닿아 있는 한 아파트 출입로에 ‘외부인 출입 금지’라고 적힌 빨간 글씨를 보던 이모(60)씨는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인근 대모산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던 이씨는 “길이 막히는 바람에 사람들이 차도를 따라 빙 둘러서 공원을 오가야 한다”고 말했다.

축구장 12개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이 공원 출입로 8개 중 5개는 아파트 단지로 길이 나 있다. 아파트가 처음 지어진 2019년 이후만 해도 공원으로 연결된 아파트 사잇길을 누구나 다닐 수 있었다.

강남구는 공원 인근에 아파트가 재개발되고, 대모산으로 갈 수 있는 녹지연결 통로가 공원과 이어지자 지하철역 등에서 내려 등산로로 가는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단지 내 ‘공공보행통로’를 조성토록 했다. 또 아파트 준공에 맞춰 예산 19억원을 들여 공원 정비사업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공원과 아파트 단지를 잇는 출입로는 모두 1m 남짓한 철문과 보안장치로 막혀 있다. ‘위반 시 형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경고문과 ‘폐쇄회로(CC)TV 촬영 중’이라는 경고 문구도 적혀 있다. 이 아파트 주민 이모(40)씨는 “예전에 아파트 단지에 외부인이 들어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이후 막힌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원을 찾는 시민들의 불만은 크다. 대모산을 등산하고 내려온 최모(60)씨는 “일반인이 공원으로 오갈 수 있는 길을 막아두고 자신들만 사용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기주의이자 특혜”라면서 “차라리 아파트 단지에서 공원으로 들어오는 출입로를 모두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아파트 측이 설치한 철제 울타리 등에 대한 철거를 요구하는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아파트 측은 응하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를 설계할 땐 단지 내에 일반 시민도 다닐 수 있는 길(공공보행통로)을 만들겠다며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고선 준공 직후에는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길을 막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아파트 입주민과 인근 주민, 지자체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반포한강공원으로 연결돼 있어 많은 시민이 이용하던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 사잇길도 지금은 철문에 막혀 출입할 수 없다. 출입로에는 인터폰이 설치돼 입주민만 이 사잇길을 이용할 수 있다. 길이 막히면서 지하철 고속버스터미널역 등에서 내려 한강공원으로 가려는 시민들은 반포대로를 건너야 한다. 이 동네에서 20년 넘게 거주한 김모(70)씨는 “재개발이 되고 좋은 아파트들이 들어섰지만 인심은 나빠졌다”고 말했다.

두 아파트 단지에 있는 사잇길도 애초에 공공보행통로로 만들어졌다. 처음 아파트 단지를 설계할 때는 일반인의 통행이 24시간 가능한 통로였다는 의미다.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 시행 지침을 보면 아파트 재건축·재개발 등 사업 추진 시 조합 또는 건설사는 부지 내 일정 구역을 공공보행통로로 지정할 수 있고, 이를 지정하면 최대 10% 포인트의 용적률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이 밖에도 부지 내 공원이나 도로를 만들어 공공기관에 기부채납하거나 도시 미관을 고려한 설계를 하는 경우에도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지구단위계획 수립 시 공공보행통로 구역 지정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반영해 용적률을 높여 준다. 아파트 공사가 모두 끝난 이후 준공검사에서도 실제 설치 여부를 확인한다. 한 건축설계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용적률을 높이려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한다”며 “공공보행통로는 아파트 단지 내 길과 크게 다를 게 없는데도 지정하면 용적률을 높게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상훈 서울시의원 “교육 인프라 소외 지역 배제하면 ‘미래 교육’의 미래는 없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정책수석부대표 이상훈 의원(강북2)은 지난 20일 열린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서울시교육청 정책협의회’에서 교육 인프라의 지역 편중을 불러오는 교육 정책을 비판하며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 협의회는 제334회 임시회를 앞두고 서울시의회 민주당 대표단과 서울시교육청 간의 긴밀한 정책 공조를 위해 마련됐으며, 교육청 측에서는 부교육감을 비롯한 주요 실·국장이 참석해 ▲2026년 주요 업무계획 ▲AI 교육 종합계획 ▲서울창의예술교육센터 신규 건립 계획 등을 보고했다. 이 의원은 AI 기반 예술 융합교육을 위한 서울창의예술교육센터를 서초구 잠원동에 설립한다는 계획에 대해 “이미 관련 교육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진 지역에 미래 교육시설을 추가로 건립하는 것은 지역 균형발전을 정면으로 저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교육행정의 최우선 가치는 ‘공정’이어야 함에도 미래를 키우는 교육정책이 도리어 강북권 등 특정 지역을 소외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꼼꼼히 성찰해야 한다”며 “교육 소외지역의 학생들도 차별 없이 첨단교육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부지 선정부터 정책 수립 전반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
thumbnail - 이상훈 서울시의원 “교육 인프라 소외 지역 배제하면 ‘미래 교육’의 미래는 없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파트 사잇길이 막히는 건 준공 이후다. 아파트 단지가 실제로 들어선 이후에는 입주민 불편이나 안전 우려 등을 이유로 길을 막는다. 하지만 길을 막더라도 지자체 등에서 손쓸 방법은 없다. 국토계획법에는 공공보행통로를 막는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고,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한 지자체에도 준공 이후 길을 막는 행위에 대해 제재하는 규정은 없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제도의 취지 등을 감안하면 공공보행통로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는 시민 모두에게 있는 것인데 결론적으로 이를 사유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3-11-21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동계올림픽 중계권의 JTBC 독점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폐막한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중계를 JTBC가 독점으로 방송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이에 대한 여러분은 생각은?
1. 독점이어도 볼 사람은 본다.
2. 다양한 채널에서 중계를 했어야 했다.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