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아침] 주택 정책에서 경계해야 할 대목/류찬희 경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주택 정책에서 경계해야 할 대목/류찬희 경제부 선임기자

류찬희 기자
입력 2022-08-14 19:56
수정 2022-08-15 01:5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류찬희 경제부 선임기자
류찬희 경제부 선임기자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반발을 사는 정책이 있다. 화려한 청사진을 내걸고 시작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져 흐지부지된 정책도 많다. 서울시가 내놓은 반지하 주택 제로 정책이 사방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반지하 주택을 없애 홍수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는 일단 고무적이다. 하지만 현실을 살피지 못하고 성급하게 내놓으며 화만 불러온 꼴이 됐다.

주택 정책을 마련할 때는 몇 가지 경계해야 할 대목이 있다. 먼저 대안 없는 정책은 부작용만 키운다. 흔히 규제를 수반하는 정책에서 대안이 부실하면 풍선효과가 나타난다. 대안 없는 대책은 공허한 외침으로 그치고 부작용만 양산한다.

서울시 반지하 대책만 봐도 주거 취약계층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은 보이지 않는다. 현재 거주자를 번듯한 집으로 끌어올릴 ‘주거 사다리’를 어떻게 마련할지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 반지하 주택에서 거주할 수밖에 없는 계층을 품을 내용도 대책에 들어 있지 않다. 반지하 집이 전국적으로 얼추 33만 가구, 서울에만 20만 가구가 넘는데 말이다. 이들이 값싼 주택으로 옮겨 갈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반지하 대책을 밀어붙인다면 성공 여부는 뒤로하고라도 자칫 고시원, 옥탑방 같은 서민들의 집값만 올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시장 경제를 무시하고 이념을 덧칠한 주택 정책 역시 기대했던 효과보다는 악재를 불러온다. 공급 확대보다는 수요 억제로 일관했던 정책, 다주택자(임대사업자) 규제, 세입자 보호를 내세운 임대차법 2법 강행 등도 되레 집값·전셋값 폭등을 불러와 서민 주거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투기 원인은 공급 부족이 아니라 다주택 보유와 가수요 때문이라며 편협된 이념으로 무장한 정책을 추진했던 정부와 정치권은 정권조차 넘기고 뒤늦게 주택 정책 실패 반성문을 쓰고 있다.

조급증도 정책을 망친다. 우리나라 주택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온탕·냉탕을 오갔다. 가수요가 투기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면 무조건 거래를 옥죄고 주택담보대출을 끊는 정책을 들이댄다. 주택담보 대출 길을 막아 이미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마저 포기하게 할 정도다. 집을 여러 채 보유한 사람에게는 앞뒤 사정을 따질 것도 없이 무거운 세금을 물리고 죄악시했다.

반대로 정권이 바뀌면 공급 부족이 집값을 끌어올렸다며 짧은 임기 동안 몇백만 가구를 짓겠다는 대책을 낸다. 허언이 될지언정 당장 인기를 얻으면 된다는 식이다. 이런 즉흥적인 갈지(之)자 정책의 피해는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일 터지고 호들갑을 떠는 급조된 정책은 더는 나오지 않아야 한다.

브랜드 네이밍과 숫자도 경계해야 한다. 좋은 정책도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단 이유만으로 같은 주택 유형에 이름만 바꿔 새로운 주택인 것처럼 내놓기를 반복했다. 도심 주택 확대 정책이나 임대주택 정책이 대부분 그렇다. 2010년에도 서울 홍수 피해로 반지하 대책이 나왔다. 그동안 이념과 정책 브랜드를 고민할 시간과 노력을 현실적인 수해 대책 마련과 취약계층 주거 사다리 구축에 쏟았다면 이번 반지하 홍수 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숫자로 표시한 확실한 목표를 세워야 정책 추진에 힘이 실리고, 목표 달성 의지가 생긴다고 하지만, 자칫 수단이 목표가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엄청난 경제·사회적 비용을 들여 대규모 신도시 조성을 추진했다가 시장 상황이 바뀌어 미분양·미입주 주택이 늘어나면 하우스 푸어 대책을 내놓는 정책이 반복됐다.

박춘선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부위원장, 자원순환 시민행사 ‘초록이의 지구여행’ 참석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박춘선 부위원장(강동3, 국민의힘)이 지난 20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2025 자원순환 시민행사 ‘초록이의 지구여행’에 참석해 시민들과 직접 만나 자원순환의 중요성과 실천의 가치를 나눴다. 이 행사는 박 부위원장이 시민 참여형 자원순환 문화 확산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데 따라 마련된 대표 시민환경 프로그램이다. 행사가 펼쳐진 청계광장은 ▲자원순환 캠페인존 ▲에코 체험존 ▲에너지 놀이터존 ▲초록 무대존 등 네 개의 테마 구역에서 환경 인형극, 업사이클 공연, 에너지 체험놀이터, 폐장난감 교환소 등 다채로운 체험·놀이·공연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시민들은 자원순환의 과정을 직접 보고, 듣고, 만들어보는 활동을 통해 새활용과 분리배출의 의미를 쉽고 재미있게 익혔으며, 자원순환이 일상의 작은 실천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음을 몸소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 부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도시의 변화는 시민 한 사람의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며 생활속 실천활동의 중요성을 되짚었다. 또한 “줍깅 활동, 생태교란종 제거, 한강공원 가꾸기, 새활용 프로그램 등 시민과 함께 한 모든 실천의 순간들이 큰 변화를 만들어왔
thumbnail - 박춘선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부위원장, 자원순환 시민행사 ‘초록이의 지구여행’ 참석

의도가 좋은 정책이라고 결과가 반드시 선한 것은 아니다. 시장 경제를 기반으로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들어 정권교체에도 흔들리지 않는 주택 정책 마련이 더 급하다. 16일 발표될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공급 정책에서 이런 내용을 기대해 본다.
2022-08-15 2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