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교훈, 반복되는 비극…코리안드림은 그렇게 스러졌다

입력 : ㅣ 수정 : 2019-09-2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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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한달 간 네팔·베트남 현장 취재…23일부터 보도
한국에서 사망한 네팔 이주노동자의 아내 번더나 디말시나(28)가 지난 2일(현지시간) 네팔 동카르 자택에서 생후 25일 된 자신의 아들을 달래고 있다. 남편 게다르 디말시나는 지난달 20일 자정 자신이 일하던 부산의 한 공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동카르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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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사망한 네팔 이주노동자의 아내 번더나 디말시나(28)가 지난 2일(현지시간) 네팔 동카르 자택에서 생후 25일 된 자신의 아들을 달래고 있다. 남편 게다르 디말시나는 지난달 20일 자정 자신이 일하던 부산의 한 공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동카르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내 동생처럼 시신으로 돌아오는 사람이 더는 없었으면 좋겠어요. 한국과 네팔 정부가 막아줬으면 해요.”

2017년 경북 군위의 돼지 농장에서 분뇨를 치우다가 황화수소에 질식사한 태즈 바하두르 구릉(당시 25세)의 형 발 바하두르 구릉(31)은 지난달 31일 네팔 포카라에서 만난 서울신문 취재진을 붙잡고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동생은 3년간 농장에서 일하면서 단 한번도 작업 안전수칙을 설명들은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전형적인 인재(人災)였습니다. 너무 이른 나이의 가족을 떠나보내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알기에 형 구릉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픔에서 얻은 교훈을 금새 잊었고, 비극이 반복됐습니다. 한국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가 사고로 숨지는 일이 올해에도 수차례 벌어졌습니다. 지난 10일 경북 영덕의 오징어젓갈공장 폐기물 지하 탱크에서 이주노동자 4명이 질식사한 것은, 태즈 구릉 사건과 꼭 닮은 ‘쌍둥이 참사’였습니다. 당시 노동자들은 안전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이같은 현실은 통계에도 어렴풋이 드러납니다. 20일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법무부의 ‘비전문취업(E-9)자격자 국내 체류 중 사망 현황’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9년 8월까지 비숙련취업(E-9) 이주노동자 1137명이 숨졌습니다. 이 가운데는 장시간 노동이나 차별 등 환경을 견디다 못해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동자도 적지 않게 있습니다. 코리안 드림을 꿈꿨던 이들의 꿈도 생을 마감하면서 함께 꺾입니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요? 답을 얻기 위해 서울신문은 지난달 아시아의 대표적 인력송출국인 네팔과 베트남 등을 찾아 한국에서 일하다 사망한 이주노동자들의 유족을 만났습니다. 또, 한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거나 한국행을 꿈꾸는 네팔인에게도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들의 꿈이 꺾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 해법을 오는 23일부터 지면과 온라인 기사를 통해 공개합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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