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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스토리] 빈민 출신 축구 영웅, 대통령 되다

[스포츠&스토리] 빈민 출신 축구 영웅, 대통령 되다

임병선 기자
입력 2017-12-29 22:50
업데이트 2017-12-3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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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웨아, 3수 만에 라이베리아 대선 승리

1990년대 AC밀란·PSG 등 공격수 활약
아프리카 유일 FIFA선수상·발롱도르 동시 수상
라커룸 축구화 몽땅 들고 아이들에 나눈 일화 유명
축구 스타 조지 웨아가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간) 라이베리아 대선 결선 투표 끝에 당선됐다. 올 9월 25일 후보 시절 프로필 촬영에 응했다. AFP 연합뉴스
축구 스타 조지 웨아가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간) 라이베리아 대선 결선 투표 끝에 당선됐다. 올 9월 25일 후보 시절 프로필 촬영에 응했다.
AFP 연합뉴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프로축구 선수로 이름을 날릴 때도 그는 늘 조국을 걱정했다. 아프리카 중동부의 최빈국 라이베리아. 19세기 미국에서 해방된 노예들이 돌아와 세운 나라다. 봉급을 모아 조국을 돕는 기금으로 내놓았다. 국가대표팀을 꾸릴 재원이 없는 것을 알고 사재를 털었다.

라이베리아 출신 축구 스타 ‘흑표범’ 조지 웨아(51)가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간) 조지프 보아카아(73) 부통령과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 결과 61.5%를 득표해 28일 당선이 확정됐다. 지난 10월 10일 대선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 득표에 실패해 결선투표를 벌인 웨아는 곧바로 트위터에 “라이베리아 동포들이여, 온 나라의 감격을 절감하게 된다. 오늘 내가 받아들인 막중한 임무의 중요성과 사명감을 깨닫고 있다. 변화가 시작됐다”고 적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AC밀란과 프랑스 리그앙(1부 리그)의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활약했던 그는 세 번째 대권 도전 만에 꿈을 이뤘다. 2005년 1차 투표에서 엘런 존슨설리프 대통령을 눌렀지만 결선투표에서 졌고, 2011년에는 야당 후보와 러닝 메이트로 출마했지만 부정 선거를 이유로 보이콧해야 했다.

2003년 은퇴하기 전 잠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에 몸담았던 웨아는 축구계 최고 영예인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와 발롱도르를 동시에 수상한 유일한 아프리카 선수로 기록된다. 2002년 은퇴를 선언한 뒤 정치인으로 변신해 2004년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엘런 존슨설리프 현 대통령에게 발롱도르 트로피를 자랑하는 웨아. 메트로다카르 닷넷 캡처
엘런 존슨설리프 현 대통령에게 발롱도르 트로피를 자랑하는 웨아.
메트로다카르 닷넷 캡처
프랑스 프로축구 AS모나코에서 뛰던 1992년 4월 22일 아자시오와의 프렌치컵 8강전 도중 드리블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프랑스 프로축구 AS모나코에서 뛰던 1992년 4월 22일 아자시오와의 프렌치컵 8강전 도중 드리블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선수 시절 어떤 위치, 어떤 방법으로든 득점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1996년 AC밀란 시절 베로나를 상대로 수비 진영 페널티 지역에서 드리블해 상대 모든 선수들을 제치고 득점한 장면은 세계 팬들의 뇌리에 지금도 또렷이 각인돼 있다. 웨아가 발롱도르를 수상한 1995년 이전에는 유럽 선수만 후보에 들어갔지만 규칙 개정으로 유럽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모두 수상할 수 있게 돼 웨아가 첫 영광을 안았다. 지금도 그는 유일한 아프리카 출신 수상자다.

라이베리아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에 나설 만한 팀이 전혀 아니었기에 웨아로선 대표팀 경력이라곤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두 차례 출전과 2002년 말리전에서 한 골을 넣은 게 전부였다.

웨아와 첼시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마리오 멜치옷(네덜란드)은 처음 웨아가 팀에 합류한 날 라커룸에 들어와 “옆에 앉아도 돼요?”라고 물었던 일이 생생하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아주 오래 싸워 온 것을 드디어 얻게 됐다”며 당선을 축하했다.

2000년 맨시티에서 웨아와 함께한 옛 버뮤다 대표팀 공격수 숀 고터는 그가 팀을 떠날 때 “조지, 여벌의 축구화 좀 챙겼어?”라고 농담을 건넸는데 나중에 라커룸에 들어갔더니 몽땅 들고 가버렸더라고 전했다. 이어 조국의 어린이나 다른 선수들에게 챙겨 주려고 그런 것이었으리라 짐작했다고 털어놓았다.
축구 스타 조지 웨아가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간) 라이베리아 대선 결선 투표 끝에 당선됐다. 그를 지지하는 여성들이 개표 결과가 발표된 28일 수도 몬로비아 거리에서 당선을 축하하며 춤을 추고 있다. 몬로비아 로이터 연합뉴스
축구 스타 조지 웨아가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간) 라이베리아 대선 결선 투표 끝에 당선됐다. 그를 지지하는 여성들이 개표 결과가 발표된 28일 수도 몬로비아 거리에서 당선을 축하하며 춤을 추고 있다.
몬로비아 로이터 연합뉴스
웨아 당선인은 2005년 자신을 결선투표 끝에 누르고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됐던 존슨설리프에게서 권력을 이양받는데 투표로 선출된 정부가 투표로 선출되는 정부로 교체되는 것은 이 나라에서 73년 만의 일이다. 존슨설리프의 전임 찰스 테일러는 오랜 내전 끝에 2003년 반군에 의해 축출됐는데 이웃 시에라리온의 내전을 획책하고 무기를 공급한 혐의로 영국 법정에서 50년형을 복역 중이다.

웨아는 국내 팬들과도 인연이 있다. 1996년 5월 잠실주경기장에서 한국 대표팀과의 친선경기 전반 4분 선제골을 넣었으나 AC 밀란이 2-3으로 졌다. 서정원(47) 수원 감독과 고정운(51) FC안양 감독, 황선홍(49) FC서울 감독이 득점했고 홍명보(48)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도 선발 출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2017-12-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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