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여정 하명법’ 조롱받은 대북전단금지법의 말로

[사설] ‘김여정 하명법’ 조롱받은 대북전단금지법의 말로

입력 2023-09-27 23:49
수정 2023-09-27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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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금지법 위헌 심판 선고에 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심판 선고에 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회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심판 선고에 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접경 지역에서의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남북관계발전법 조항이 그제 헌법재판소로부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받았다. 이번 헌재 결정은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상의 기본 권리가 최대한 보장돼야 함을 재확인한 것이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대북 정책의 일단이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났음을 지적한 것이라고 하겠다.

문제의 조항은 남북관계발전법 제24와 제25조로, 문 정부 때인 2020년 12월 법을 개정하면서 신설됐다. 전단을 살포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는 게 골자다. 두 조항 신설은 북한 눈치보기의 결과였다.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에서 북한의 통치 체제를 비판하는 대북 전단 50만장을 북한 상공으로 살포하자 북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명의로 “쓰레기들의 광대놀음(대북 전단 살포)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며 겁박했다. 특히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들먹였다. 그러자 통일부는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라며 화답했고,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과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접경 지역 주민안전 보장을 이유로 입법을 강행해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조롱을 받았다. 하지만 정부가 지키려던 9·19 남북군사합의는 북의 탄도미사일 발사 강행 등으로 무의미해진 상태다.

분단국가로서 남북 간 긴장 완화와 평화 구축은 우리의 과제다. 하지만 끝없이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주적에게는 아무런 문제 제기도 못한 채 남북 관계를 이유로 국가형벌권을 동원해 민주주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을 해치는 건 입법권 남용일 뿐이다. 전단 살포는 헌재의 지적처럼 ‘경찰관 직무집행법’으로도 규제할 수 있다.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입법권 횡포가 있어선 안 될 것이다.
2023-09-2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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