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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 나화린, 女경륜 우승… ‘죄송한 마음’ 담아 음료 건넸다

‘성전환’ 나화린, 女경륜 우승… ‘죄송한 마음’ 담아 음료 건넸다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3-06-04 07:12
업데이트 2023-06-04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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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자 위한 제3의 경기 신설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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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강원 양양군 사이클경기장에서 열린 제58회 강원도민체육대회 여자일반1부 경륜 경기에서 나화린(철원)이 역주하고 있다. 성전환 여성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공식 경기에 출전한 그는 이날 1위를 차지했다. 2023.6.3 연합뉴스
3일 오후 강원 양양군 사이클경기장에서 열린 제58회 강원도민체육대회 여자일반1부 경륜 경기에서 나화린(철원)이 역주하고 있다. 성전환 여성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공식 경기에 출전한 그는 이날 1위를 차지했다. 2023.6.3 연합뉴스


성전환 여성으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이클 종목 공식 경기에 출전한 나화린(37)이 제58회 강원도민체육대회 여자일반1부 경륜 경기 우승을 차지했다.

나화린은 3일 오후 강원 양양군 사이클경기장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해 강릉과 춘천 대표를 제치고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는 출발부터 선두로 치고 나와 330m 트랙 3바퀴를 돌며 줄곧 선두를 지킨 끝에 가장 먼저 결승선을 밟았다.

철원군 자전거연맹 소속 선수들은 ‘화린이 파이팅, 화란이 잘했다’ 등 환호를 보내며 나화린의 1위를 축하했다.

나화린은 경기를 마치고 자신과 함께 경기를 뛴 선수 2명에게 죄송한 마음을 담아 음료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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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강원 양양군 사이클경기장에서 열린 제58회 강원도민체육대회 여자일반1부 경륜 경기에서 나화린(철원·가운데)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성전환 여성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공식 경기에 출전한 그는 이날 1위를 차지했다. 2023.6.3 연합뉴스
3일 오후 강원 양양군 사이클경기장에서 열린 제58회 강원도민체육대회 여자일반1부 경륜 경기에서 나화린(철원·가운데)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성전환 여성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공식 경기에 출전한 그는 이날 1위를 차지했다. 2023.6.3 연합뉴스
나화린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많이 긴장했는데 온 힘으로 달린 것 같아 뿌듯하고 남은 두 경기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혹시 나의 출전으로 상대 선수들이 기권하면 어떡할까 하는 걱정에 2시간밖에 못 잤다”고 말했다.

이어 “8년 전 경기에 출전했을 때보다 여성부 기량이 높아져 예상보다 힘든 경기를 펼쳤다”며 “논란을 만들고자 출전을 결심했지만 자전거를 타면서 운동 자체가 다시 즐거워졌고 모든 경기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에게 음료를 준 의미를 묻는 질문에는 “제가 아무래도 우월한 입장에서 경기를 하다 보니 등수를 하나씩 뺏은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해 죄송한 마음을 담아 사과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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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강원 양양군 사이클경기장에서 열린 제58회 강원도민체육대회 여자일반1부 경륜 경기에서 나화린(철원·왼쪽)이 역주하고 있다. 성전환 여성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공식 경기에 출전한 그는 이날 1위를 차지했다. 2023.6.3 연합뉴스
3일 오후 강원 양양군 사이클경기장에서 열린 제58회 강원도민체육대회 여자일반1부 경륜 경기에서 나화린(철원·왼쪽)이 역주하고 있다. 성전환 여성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공식 경기에 출전한 그는 이날 1위를 차지했다. 2023.6.3 연합뉴스
나화린은 또 “오늘 경기를 처음 뛰어본 결과 남자, 여자뿐 아니라 성전환자를 위한 제3의 경기를 신설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이틀간 남은 경기도 최선을 다해 임해 1위를 놓치지 않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태권 철원군 자전거연맹 회장은 “(나화린이) 경기에 나가기 전부터 상처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경기에 잘 임해준 것 같다”며 “자전거연맹, 대한체육회 등에서 출전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는 한 군연맹에서는 같이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나화린씨는 4일과 5일 각각 같은 장소에서 스크래치와 개인도로 경기에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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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성전환 사이클 선수 나화린이 강원 철원군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성전환(성확정) 수술을 받고 공식적으로 여성이 됐다. 2023.6.1 연합뉴스
국내 최초 성전환 사이클 선수 나화린이 강원 철원군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성전환(성확정) 수술을 받고 공식적으로 여성이 됐다. 2023.6.1 연합뉴스
나화린은 키 180㎝, 몸무게 72㎏의 건장한 신체 조건을 갖추고 있다. 골격근량은 32.7㎏이다. 일반 여성의 평균 골격근량이 20~22㎏인 것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높다.

이 때문에 그가 여성부에서 경쟁하는 것이 맞느냐는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그는 과거 남성이었을 때 2012년 제47회 강원도민체육대회 남자 일부1부 독자와 4㎞ 개인추발 등 4개 부문에서 우승을 거머쥐는 등 크고 작은 대회에서 6차례 1등을 차지한 바 있다.

나화린은 이번 대회 출전에 앞서 “나는 논란이 되고 싶다. 내가 상을 받으면 대중의 공감과 인정을 받지 못하고 결국 명예로울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남자였다가 여자인 내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로 결국 나는 인생을 건 출전을 통해 차별이 아닌 구별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대회에 참가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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