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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릉에서 부활한 세종과 장영실… 가을밤 수놓은 드론쇼

왕릉에서 부활한 세종과 장영실… 가을밤 수놓은 드론쇼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2-09-24 10:45
업데이트 2022-09-2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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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노원구 태릉에서 열린 2022 조선왕릉문화제 개막제에서 드론 400대가 세종(오른쪽)과 장영실(왼쪽)이 대화 나누는 뒷모습을 구현하고 있다. 류재민 기자
23일 서울 노원구 태릉에서 열린 2022 조선왕릉문화제 개막제에서 드론 400대가 세종(오른쪽)과 장영실(왼쪽)이 대화 나누는 뒷모습을 구현하고 있다. 류재민 기자
“미수(전갈자리 별자리)에서 객성이 14일간이나 나타났다”

세종실록에는 1437년(세종 19년) 음력 2월 5일 어떤 반짝임에 대한 기록이 나타난다. 그저 단순한 관찰기에 지나지 않았던 이 기록은 2017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의 한 논문이 전갈자리를 연구하며 해당 기록을 검토해 1437년 폭발한 신성의 흔적을 발견하면서 사실로 밝혀졌다. 이는 현재 ‘노바스코피 1437’로 불린다.

585년 전 밤하늘의 반짝임을 둘러싼 그날의 이야기가 가을밤에 다시 나타났다. 지난 23일 서울 노원구 태릉에서 열린 제3회 조선왕릉문화제 개막제에서다. 조선왕릉문화제는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기획한 행사다. 코로나19로 비대면으로 진행했던 1·2회와 달리 올해는 전면 대면으로 진행한다. 23일 개막제를 시작으로 10월 16일까지 9개 왕릉(동구릉, 홍유릉, 선정릉, 서오릉, 융건릉, 세종대왕릉, 태강릉, 헌인릉, 의릉)과 10월 22~23일 전주 경기전에서 개최한다.
개막제에서 선보인 ‘신들의 정원’ 공연. 류재민 기자
개막제에서 선보인 ‘신들의 정원’ 공연. 류재민 기자
이날 개막제에서는 생황과 하프가 함께하는 퓨전 음악회가 현장을 찾은 수백명의 관람객을 먼저 맞았다. 이어 연설에 나선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조선왕릉문화제를 통해 조선왕릉의 역사적 의미를 널리 알리고, 왕릉이 국민에게 위로와 영감을 주는 힐링공간으로 새롭게 조명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최 청장의 연설 후 ‘신들의 정원’이 선보였다. ‘신들의 정원’은 이승을 떠난 왕과 락, 석수가 삶과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를 전하는 공연이다. 특히 연기자들의 아이돌 못지않은 군무에 화려한 이동형 프로젝션을 더한 모습에 객석에선 연이은 탄성이 쏟아졌다. 추분을 맞아 가을밤은 16도까지 떨어져 쌀쌀했지만 왕릉의 열기는 뜨거워져 갔다.
‘신들의 정원’ 공연에서 선보인 이동형 프로젝션 군무. 류재민 기자
‘신들의 정원’ 공연에서 선보인 이동형 프로젝션 군무. 류재민 기자
공연이 끝나자 이날의 진짜 하이라이트였던 ‘노바스코피 1437’ 드론쇼가 펼쳐졌다. 정자각 옆에서 대기하던 400대의 드론이 오와 열을 맞춰 일제히 날아오르더니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마치 그날 조선인들의 관찰했던 신성의 폭발처럼 드론에 달린 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세종과 장영실의 신분을 뛰어넘은 우정을 표현한 드론쇼에 국가무형문화재 가곡 이수자 하윤주의 정가가 더해져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객석에선 연달아 박수와 감탄이 터져 나왔다. 이날 현장을 찾은 그리스 대사관, 헝가리와 벨라루스의 참사관도 색다른 K콘텐츠에 감탄사를 아끼지 않았다.

가을밤을 캔버스로 세종과 장영실의 합작품인 자격루, 앙부일구, 측우기, 혼천의가 밤하늘에 연달아 나타나고 별의 폭발까지 형상화될 때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세종과 장영실의 뒷모습이 나타나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질 땐 진실한 우정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용비어천가에 나오는 ‘뿌리 깊은 나무’를 형상화한듯한 드론. 류재민 기자
용비어천가에 나오는 ‘뿌리 깊은 나무’를 형상화한듯한 드론. 류재민 기자
측우기, 앙부일구, 자격루를 그린 드론. 류재민 기자
측우기, 앙부일구, 자격루를 그린 드론. 류재민 기자
드론이 혼천의를 만들어낸 모습. 류재민 기자
드론이 혼천의를 만들어낸 모습. 류재민 기자
천상열차분야지도까지 밤하늘에 드론으로 그려냈다. 류재민 기자
천상열차분야지도까지 밤하늘에 드론으로 그려냈다. 류재민 기자
별의 폭발이 드론으로 재현된 모습. 류재민 기자
별의 폭발이 드론으로 재현된 모습. 류재민 기자
드론쇼가 끝나고도 왕릉에는 진한 여운이 남아 가을밤의 깊이를 더했다. 가족, 친구와 함께 태릉을 찾은 초등학교 4학년 김윤영 군은 “재밌었고 감동적이었다. 드론쇼가 제일 재밌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보경씨는 “친구의 소개로 왔는데 짧은 시간 치고 굉장히 감동적이었다”면서 “집앞이라 자주 왔던 곳인데 밤에 이렇게 오니까 새롭고 좋다. 오늘 추운데 잘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조선왕릉문화제의 주제인 ‘새로 보다, 조선 왕릉’처럼 이날 개막제를 시작으로 왕릉을 새롭게 볼 수 있는 다양한 문화행사가 준비돼 있다. 드론쇼는 10월 8~9일 세종대왕이 묻힌 세종대왕릉에서 펼쳐져 감동을 더하고, 이 밖에도 아별행, 왕릉포레스트, 왕의 숲길 나무이야기, 왕릉 어드벤처 등이 왕릉을 특별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조선왕릉문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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