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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공포… 사라진 감염병 불러들인다

기후변화 공포… 사라진 감염병 불러들인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2-08-14 17:28
업데이트 2022-08-15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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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질병 상관관계 있나

英, 소아마비 종식 19년만에 발병
美·유럽 등에선 원숭이두창 확산

기후변화, 병원균 독성 강화시켜
북극 온난화 속도 4~7배나 빨라져
“기후위험 억제·질병 대응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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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사라진 감염병을 다시 불러내고 새로운 변종 감염병을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 병원균의 독성과 감염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이처 제공
기후변화는 사라진 감염병을 다시 불러내고 새로운 변종 감염병을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 병원균의 독성과 감염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이처 제공
지난주 서울, 경기, 인천 수도권을 중심으로 쏟아진 폭우는 곳곳을 물바다로 만들고 인명·재산 피해를 입혔다. 이번 폭우도 극한 기상만 발생하면 들먹이는 ‘기후변화’가 원인인지에 대해서는 분석이 필요하지만 간접적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많은 기후학자들은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돼 온난화가 가속화할 경우 폭염, 가뭄, 홍수 같은 예측 불가한 날씨가 일상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런 기후변화가 이제는 우리 기억 속에서 사라진 감염병들을 다시 불러내고, 감염병의 독성도 더욱 세게 만들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을 내놨다. 실제로 지난 10일 영국 런던의 하수에서 소아마비(폴리오)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영국 보건 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1945년 원자폭탄이 발명되기 전까지 인류 최악의 감염병 중 하나였던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1984년 이후 런던에서 검출된 적이 없다. 영국 정부가 2003년 소아마비 종식을 공식 선언한 지 19년 만에 다시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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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하수에서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보건 당국이 만 1~9세 어린이에게 긴급 백신 접종을 결정했다.  픽사베이 제공
영국 런던의 하수에서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보건 당국이 만 1~9세 어린이에게 긴급 백신 접종을 결정했다.
픽사베이 제공
전염병의 제왕으로 오랜 기간 인류를 괴롭혔던 두창(천연두)도 1980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종식이 선언되며 완전히 사라졌다. 그렇지만 지난해 말부터 동물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원숭이두창이 인간에게 전염되고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사람 간 감염이 확산되면서 WHO는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미국 하와이대 지질환경학과, 지구과학과, 천연자원·환경관리학과, 해양생물학연구소, 위스콘신 메디슨대 공중보건과학과, 스웨덴 예테보리대 해양과학과 공동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홍수, 가뭄, 폭염, 혹한 등 극한 기상을 일상화시키고 사라진 전염병을 불러내고 동물이 주로 걸리던 감염병이 인간을 공격하는 사례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병원균의 독성을 강화시키고 사람의 면역체계까지 약화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기후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 8월 9일자에 실렸다.

기후변화와 감염병 증가의 관계는 그간 개별 병원균이나 폭염, 홍수 같은 특정 위험에만 초점을 맞춰 분석돼 왔다. 연구팀은 기후 위험과 질병에 관해 연구한 3213개 연구를 정량적으로 재분석하는 메타분석 방식으로 연구했다. 이를 위해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 286종의 전염병과 홍수, 가뭄, 혹한, 해수면 상승 같은 10가지 기후 위험의 상관관계를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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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 바이러스를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모습. 기후변화는 동물에게서만 나타났던 감염병이 인간에게 전염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을 늘리고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를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모습. 기후변화는 동물에게서만 나타났던 감염병이 인간에게 전염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을 늘리고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그 결과 9종을 제외한 277종의 전염병은 홍수나 폭염 같은 단 하나의 극한 기상만으로도 감염력과 독성이 강화될 것으로 봤다. 인류에게 영향을 끼쳤던 전염병의 58%(218종)는 기상 이변으로 인해 변이가 발생해 이미 독성이 강해졌다.

서아프리카 풍토병으로 치사율 30~50%에 이르는 라사열, 공기나 물을 매개로 발열과 호흡기증상을 수반한 박테리아성 감염병인 재향군인병(legionnaires’ disease) 등은 기상이변으로 병원균의 감염성과 강도가 더 세질 것으로 예측됐다. 또 열대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 라임병, 뎅기열, 말라리아 같은 질병은 감염 지역이 전 세계로 확대될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특히 북극의 온난화가 지구 평균보다 4배 이상 빠르다는 연구 결과는 전염병 확산이 더욱 암울하게 흘러갈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지구과학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어스 앤드 인바이러먼트’ 8월 12일자에 실린 연구를 보면 북극 온난화가 지구 평균보다 2~3배 빠르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4~7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핀란드 국립기상학연구소, 이스턴 핀란드대 응용물리학과, 노르웨이 국제기상연구센터 공동 연구팀은 1979~2021년 북극권 기상 관측 데이터를 분석해 빠른 북극 온난화를 일컫는 북극 증폭이 가속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또 실제로 북극 대부분 지역은 최근 10년 동안 산업화 이전 대비 0.75도 높아졌고, 스발바르 군도와 러시아 노바야제믈라 군도는 10년 동안 1.25도나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기후변화와 감염병 발생을 연구한 카밀로 모라 하와이대 교수는 “기후 위험이 질병으로 이어지는 만큼 각각의 질병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온실가스 배출 감소로 기후변화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2022-08-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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