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 “30년에 걸쳐 방출 계획”
방사능 오염수 바다 방류 계획 승인
더 모아둘 곳 없어지자 바다에 방류

▲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2021년 1월의 후쿠시마현 오쿠마쵸의 후쿠시마 제1원전 근처 탱크에 저장된 대량의 방사능 오염수. 일본 정부는 ‘처리수’라고 부르는 이 오염수를 태평양으로 해양 방류하기로 결정하고 관련 공사를 하고 있다. 2022.3.31
AP 연합뉴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능 오염수를 바닷물과 섞어 내년 봄부터 바다로 흘려보낼 계획을 추진해왔고,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이를 승인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해 4월에 결정한 기본 방침에 따라 내년 봄 (방사능 오염수) 처분을 개시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를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해 폭발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섞인 빗물·냉각수 등 오염수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제1 원전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만 130만톤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전력은 방사능 오염수를 모아두다 더는 둘 곳이 없어지자 30년에 걸쳐 바다에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오염수 방류를 위한 터널 기초공사도 시작했다. 국제원자력기구의 그로시 사무총장은 후쿠시마 원전 점검에 나선 상태지만, 삼중수소가 포함된 오염수 방류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국제 기준에 따른 원전 처리수(오염수의 일본식 표현) 방출, 반대 없는 한국’이라는 일본 지지통신 18일자 기사는 한국 외교부 관계자가 “도쿄전력의 오염수 해양 방출과 관련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관점에서 안전하고, 국제법과 국제 기준에 맞는 방식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필요한 대응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리 외교부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 계획을 승인한 것과 관련해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진행하는 독립적인 모니터링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IAEA는 4월 29일 1차 조사 보고서를 통해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가 안전하게 추진되고 있다며 일본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환경운동연합은 “우리 정부가 IAEA가 진행하는 방사성 오염수 모니터링을 통해 오염수를 감시하겠다는 것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옹호하겠다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반대하며, 오염수 안전성 검증을 위한 우리나라의 자체적이고 독립적인 조사를 시행하고 민관합동기구 마련을 통해 시민과 소통을 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지만, 당선 이후 한일관계 개선을 핑계로 오염수 방류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라며 정부 차원의 종합적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017년 10월 선거운동차 원전사고가 발생했던 후쿠시마에 들러 후쿠시마산 쌀로 만든 주먹밥을 시식하고 있다. 2017.10.10
EPA 연합뉴스
후쿠시마 오염수, 왜 문제인가
일본 원자력규제위가 심사한 도쿄전력의 ‘ALPS 처리수의 해양 방출과 관련된 사람과 환경에 대한 방사선 영향 평가 보고서’는 문제가 많다.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생물에의 방사성 물질 농축으로 인한 피폭 영향도 평가하지 않았다.
도쿄전력은 삼중수소를 제외한 62종의 방사성 물질은 모두 제거되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낮춰 버린다고 해도 결국 버려지는 방사성 물질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버려진 방사성 물질로 인해 오염된 바다는 다시 돌이킬 수 없다.
오염수에는 삼중수소(트리튬), 세슘 134·세슘 137, 스트론튬 90등의 방사성 핵종 물질이 포함돼있다. 원전 오염수 안에 포함된 물질 중 가장 거론이 많이 되는 것은 ‘삼중수소’다. 삼중수소는 양자 1개, 전자 1개, 중성자 2개로 이뤄진 화학물질인데, 물과 화학적 성질이 같아 화학적으로 분리하기가 어렵다. ALPS 처리를 거치더라도 삼중수소는 남는다.
이대로 방사능 오염수를 방출한다면 바다에 삼중수소가 떠돌게 된다. 삼중수소가 인체에 축적되면 정상적인 수소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이후 베타선을 방사하면서 삼중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핵종 전환’이 일어난다. DNA에서 핵종 전환이 발생하면 유전자가 변형되고 세포를 파괴해 각종 암을 유발하거나 생식기능을 저하시킨다.
일본과 가까운 한국엔 초비상이 걸렸다. 방사능 오염수에 포함돼 있는 방사능 물질이 해류를 타고 한국 해역에 들어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의 1인당 해산물 소비는 연간 58.4㎏으로 세계 1위다. 2위인 노르웨이의 소비량이 1인당 53.3㎏이다. 3위인 일본의 1인당 소비량은 50.2㎏이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환경단체들은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 정부가 결국 인류를 향한 핵테러를 승인한 것과 다름없다”며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방류 승인을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