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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콘택트’와 ‘007 골든아이’ 나온 전파망원경, 57년 만에 우르르

영화 ‘콘택트’와 ‘007 골든아이’ 나온 전파망원경, 57년 만에 우르르

임병선 기자
입력 2020-12-02 11:19
업데이트 2020-12-0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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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63년 카리브해의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아레시보에 우주로 향하는 지구의 눈 역할을 하기 위해 건설된 천체 전파망원경의 수신 플랫폼이 140m 아래 반사 접시 위로 스스로 무너져 내려 나뒹굴고 있다. 아에로메드 제공 AP 연합뉴스
지난 1963년 카리브해의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아레시보에 우주로 향하는 지구의 눈 역할을 하기 위해 건설된 천체 전파망원경의 수신 플랫폼이 140m 아래 반사 접시 위로 스스로 무너져 내려 나뒹굴고 있다.
아에로메드 제공 AP 연합뉴스
원래는 이런 모습으로 세워졌는데 지난 8월부터 수신 플랫폼에 파손이 보고되고 지난달 해체 결정이 내려졌다. 아에로메드 제공 로이터 자료사진 연합뉴스
원래는 이런 모습으로 세워졌는데 지난 8월부터 수신 플랫폼에 파손이 보고되고 지난달 해체 결정이 내려졌다.
아에로메드 제공 로이터 자료사진 연합뉴스
지난 57년 동안 우주로 향하는 지구의 커다란 눈 역할을 해 온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 천체관측소 전파망원경이 지난 8월부터 파손이 보고됐는데 스스로 무너져내렸다. 천체과학자 칼 세이건의 원작을 바탕으로 외계와의 소통 시도를 다룬 1997년 조디 포스터와 매튜 매커너히가 주연한 영화 ‘콘택트’와 1995년 피어스 브로스넌이 주연한 007 시리즈 ‘골든아이’에도 등장했을 정도의 랜드마크였는데 무너지고 말았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푸에르토리코 아레시보 관측소의 지름 305m 망원경이 밤새 붕괴됐다”며 “부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NSF는 “안전이 최우선 순위”라면서 붕괴 소식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AP 통신과 푸에르토리코 일간 엘누에보디아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전파망원경 상단의 무게 900t 수신 플랫폼이 140m 아래 지름 305m 크기의 반사 접시 위로 떨어졌다.

관측소에서 26년 동안 근무한 조너선 프리드먼은 이날 AP 통신에 “우르릉 소리를 듣고 무슨 일인지 알아차렸다. 정신없이 비명을 질렀다”고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천문학자인 카르멘 판토하 푸에르토리코 대학 교수는 “엄청난 손실이다. 아레시보 망원경은 내 삶의 한 장이었다”고 표현했다.

아레시보 천체관측소는 카리브해의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의 석회암 채취장에 1963년 건립됐다. 2016년 중국이 지름 500m의 전파망원경 톈옌(天眼)을 건설할 때까지 세계 최대 유일한 망원경이었던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은 오랫동안 굵직굵직한 천문학과 천체물리학 연구 성과의 산실 역할을 했다.

학자들은 이곳에서 외계 행성을 연구하고 지구로 향하는 소행성을 추적했다. 아레시보 망원경을 이용한 쌍성 펄서(강한 자기장을 갖고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중성자별) 발견은 노벨상 수상으로도 이어졌다. 많은 예비 천문학자나 예비 물리학자들의 교육 공간으로도 널리 활용됐다.

아레시보 망원경은 외계와 교신하려는 인간의 노력에도 큰 역할을 수행했다. 망원경이 수집한 우주 전파 신호를 분석해 외계 생명체를 찾는 프로젝트도 진행됐고, 1970년대 세이건 등 천체물리학자들이 외계 생명체에 보내는 ‘아레시보 메시지’를 쏘아 올리기도 했다. 또 반세기 넘게 허리케인과 지진 등을 견뎌왔지만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 지난 8월 망원경을 지탱하던 보조 케이블이 끊어져 반사 접시 위에 떨어지며 구면 일부가 파손됐다. 지난달 메인 케이블마저 끊어지자 NSF는 더는 복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해체 결정을 내렸다.

망원경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전 세계 과학자 등이 NSF의 해체 결정을 뒤집어 달라는 청원에 나서기도 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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