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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가방서 학대사망에 文 “위기아동 확인제 작동 살펴보라”

9살 가방서 학대사망에 文 “위기아동 확인제 작동 살펴보라”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0-06-08 15:07
업데이트 2020-06-0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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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코로나19로 가정서 아동학대 가능성 커져…위기아동 적극 찾아내라”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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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수석?보좌관회의 주재
문 대통령, 수석?보좌관회의 주재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6.8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친부의 동거녀에 의해 가방에서 7시간 넘게 갇혔다가 끝내 숨진 9살 어린이 학대사망 사건과 관련, “위기 아동을 사전에 확인하는 제도가 잘 작동하는지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참모진과의 회의에서 “위기의 아동을 파악하는 제도가 작동하지 않아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 그 부분에 대한 대책을 살펴봐야 한다”며 이렇게 지시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는 2018년 3월 아동학대 방지 보완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아동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 아동학대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적극적으로 위기 아동을 찾아내라는 것이 대통령의 지시”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018년 1월 친부와 친부의 동거녀로부터 학대를 받아 사망한 뒤 암매장된 고준희 양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기존 아동학대 대책을 점검하고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강구하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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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문 대통령
발언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6.8 연합뉴스
父동거녀, 9살 아이 가방에 7시간 가둬
다장기부전증으로 숨져…7개월간 학대

문 대통령 지시의 직접적 계기가 된 숨진 A군은 지난 1일 오후 7시 25분쯤 천안 서북구 자신의 집에 있던 가로 44㎝·세로 60㎝ 여행용 가방 안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병원 이송 후에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던 A군은 사흘간 사경을 헤매다 3일 오후 6시 30분 끝내 숨을 거뒀다. 사인은 가방에서 오랜시간 몸을 구부린 채 갇혀 생긴 다장기부전증으로 인한 심폐정지다.

경찰 조사 결과 친부의 동거녀 B(43)씨는 A군을 당초 큰 가방(50×71㎝)에 가뒀다 소변을 보자 더 작은 가방(44×60㎝)으로 옮기는 수법으로 7시간 넘게 가방을 가뒀던 것으로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샀다. 가방 속 A군을 두고 3시간가량 외출하기도 했다. B씨는 A군이 숨진 3일 구속됐다.

A군은 지난해 10월부터 친부와 B씨로부터 수차례 맞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어린이날인 지난달 5일 머리를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는데, A군 몸에서 학대 정황을 발견한 의료진이 이틀 뒤 경찰에 신고했음에도 A군을 구하지 못했다.

당시 경찰의 협조 요청을 받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같은 달 13일 A군 집을 방문해 사실관계를 파악해 경찰에 결과를 통보했지만 A군이 친부 등과 떨어져 지내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5일 오후 충남 천안 백석동에서 의붓어머니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갇혀 지난 3일 숨진 9살 초등학생이 재학했던 초등학교에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2020.6.5/뉴스1
5일 오후 충남 천안 백석동에서 의붓어머니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갇혀 지난 3일 숨진 9살 초등학생이 재학했던 초등학교에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2020.6.5/뉴스1
9살 의붓아들 가방에 가둔 40대 계모 영장심사
9살 의붓아들 가방에 가둔 40대 계모 영장심사
‘9살 고준희양 암매장 사건’ 때
文, 아동학대감지시스템 도입 지시

학대 정황 2014년 1.1명→2018년 2.98명

앞서 2018년 1월 고준희양 암매장 사건 당시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고준희양 보도를 보면서 참으로 안타깝고 불편한 마음이었다”면서 “근래 아동학대 신고 건수와 학대 판단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아동학대 발견율이 OECD 국가들에 비하면 까마득히 낮은 실정”이라고 지적했었다.

그러면서 “영유아 등의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학대가 장기간 지속되고 중대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니 기존의 아동학대 대책을 점검하고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서 보고해 달라”고 지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는 2018년 3월 ‘아동학대 방지 보완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고준희(5)양 친부인 고모(37)씨와 내연녀 이모(36)씨, 그리고 내연녀의 어머니인 김모(61)씨.  연합뉴스
고준희(5)양 친부인 고모(37)씨와 내연녀 이모(36)씨, 그리고 내연녀의 어머니인 김모(61)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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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희(5)양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친부 고모(37)씨가 4일 오전 전북 완주군 봉동읍 한 아파트에서 딸을 폭행한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준희(5)양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친부 고모(37)씨가 4일 오전 전북 완주군 봉동읍 한 아파트에서 딸을 폭행한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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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언급한 시스템은 사회보장 빅데이터를 활용해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조기에 발견해서 지원하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이다.

정부는 이 시스템을 통해 아동 학대 정황이 발견되거나 아동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가정이라고 판단되면 공무원이 가정을 방문해 확인하는 방식 등으로 아동학대 예방을 진행해왔다.

그 결과 아동 1000명당 학대로 판단된 아동수가 2014년 1.1명에서 2018년 2.98명으로 상승했다고 강 대변인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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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 재 돼 하늘나라 떠난 고준희양 빈소 친아버지에 의해 암매장된 고준희양을 추모하는 공간이 31일 전북 전주 금성장례식장에 차려져 있다. 가족들은 지난 30일 고준희 양의 시신을 화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12.31 전주 연합뉴스
한 줌 재 돼 하늘나라 떠난 고준희양 빈소
친아버지에 의해 암매장된 고준희양을 추모하는 공간이 31일 전북 전주 금성장례식장에 차려져 있다. 가족들은 지난 30일 고준희 양의 시신을 화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12.31 전주 연합뉴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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