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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아버지는 춤 못 췄지만 가장 빛난 불빛”… 찬사·유머로 작별

부시 “아버지는 춤 못 췄지만 가장 빛난 불빛”… 찬사·유머로 작별

한준규 기자
입력 2018-12-06 20:52
업데이트 2018-12-06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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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장례식서 추도사 읽는 중 끝내 눈물

“브로콜리 못 먹는 습관까지 물려주셨지만
역사는 명예롭고 위대한 신사로 기록할 것”
트럼프, 대선 맞수 힐러리와는 악수 안해
전용기로 텍사스 운구 뒤 부인·딸 곁으로


“눈을 감기 직전 아버지가 한 마지막 말은 ‘나도 사랑해’였다.”
한자리 모인 美전·현직 대통령…아들 부시 “최고의 아버지” 울컥
한자리 모인 美전·현직 대통령…아들 부시 “최고의 아버지” 울컥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 내외들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립대성당에서 엄수된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41대)의 장례식에서 고인의 평생 지기인 앨런 심프슨 전 상원의원의 조사를 듣고 있다가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맨 앞줄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45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44대), 미셸 오바마 여사, 빌 클린턴 전 대통령(42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지미 카터 전 대통령(39대). 오른쪽 사진은 고인의 장남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43대)이 조사를 낭독하던 중 감정에 북받쳐 고개를 숙인 채 울먹이는 모습. 워싱턴 로이터 연합뉴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부친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꾹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우리에게 그는 ‘천 개의 불빛’ 중에서 가장 밝은 빛이었다”고 아버지 부시의 삶에 의미를 부여했다. ‘천 개의 불빛’은 부친이 1988년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연설을 하면서 민간의 봉사활동 단체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쓴 것으로, 이들 단체가 더 나은 미국을 만드는 불빛이 되고 있다는 의미로 자리잡으면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부시 전 대통령은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것은 큰 차와 거액의 통장 잔액이 아니라 신의와 사랑’이라고 강조한 고인의 대통령 취임사를 인용했다. 이어 “최고의 아버지”라고 말하는 순간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잇지 못하다 울먹이며 “아버지는 로빈을 안고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로빈은 3세 때 백혈병으로 숨진 여동생이며, 모친 바버라 부시 여사는 지난 4월 별세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아버지는 우리에게 완벽에 가까웠지만 정말 완벽하진 않았다”면서 “그의 (골프) 쇼트게임과 춤 실력은 형편없었고, 채소 특히 브로콜리를 못 먹었는데 이 결함은 우리에게까지 유전됐다”고 고백해 미소를 이끌어 냈다. 이어 85세에 쾌속정을 타고 대서양에서 스피드를 즐기고 90세에 공중낙하에 도전한 일, 아흔이 넘어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병실에 몰래 들여온 보드카를 마신 일화를 소개했다.

부시 전 대통령 전기를 집필한 역사학자 존 미첨, 브라이언 멀로니 전 캐나다 총리, 앨런 심프슨 전 상원의원 등도 추도사를 낭독했다. 미첨은 “아버지 부시의 인생 신조는 진실을 말하고, 남을 탓하지 말고, 용서하고, 정도를 지키라는 것”이라며 “그는 마지막 위대한 군인, 정치가였다”고 경의를 표했다. 2007년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장례식 이후 11년 만에 국장(國葬)으로 치러진 이날 장례식은 흑인 최초로 미 성공회 주교에 오른 마이클 커리 주교의 집전으로 오전 11시에 시작해 오후 1시 15분에 끝났다.

장례식장 맨 앞줄에는 트럼프 대통령 내외와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부부가 자리 잡았다. 영국의 찰스 왕세자와 존 메이저 전 총리,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 각국 사절단도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옆 자리의 오바마 전 대통령 내외와 악수했지만, 그 옆에 앉은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와는 악수도 하지 않았다. 지난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AP통신은 “백악관 경험을 공유한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은 통상적으로 특별한 동지애를 형성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인의 유해는 대통령 전용기에 실려 장지인 텍사스로 향했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6일 텍사스 A&M 대학의 조지 H W 부시 도서관·기념관 부지에 묻힌 부인과 딸 곁에 안장된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18-12-0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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