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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아에 과도한 한자쓰기 강요는 괴롭힘”…인권위, 교사 징계 권고

“자폐아에 과도한 한자쓰기 강요는 괴롭힘”…인권위, 교사 징계 권고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18-07-23 14:51
업데이트 2018-07-2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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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을 앓는 학생에게 과도한 수준의 한자쓰기를 강요하고, 지적장애 학생에게 수행평가 시험지를 나눠주지 않은 교사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괴롭힘과 차별행위라고 판단, 해당 교육청에 교사 징계 조치를 권고했다.

23일 인권위에 따르면 강원도의 한 고등학교 통합학급에 다니던 A 학생과 B 학생의 어머니들은 자녀들이 교사 C씨로부터 괴롭힘과 차별을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C씨가 지난해 8월 자폐성 장애를 앓는 A 학생에게 과도한 수준의 한자쓰기를 강요하고, 같은 해 10월 지적장애를 앓는 B 학생을 수행평가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교사 C씨는 “교실 청소가 불량할 때 연대감을 강조하기 위해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모두에게 한자쓰기를 부과했고, 여기서 배제하면 오히려 차별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또 A 학생은 충분한 학습 능력이 있는 상황이었고 과제를 도와줄 학생까지 붙여줬다”고 주장했다.

B 학생에 대해서는 “수행평가 수업 시 학생 스스로 시험지를 받지 않고 거부했다”면서 “평가 시작 후 다시 시험지를 주려고 했지만, 오히려 교사를 때리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 결과, C씨는 지난해 8월 30일 B 학생에게 다른 학생들과 동일하게 한자쓰기 과제를 부여하면서 嗣(이을 사, 쓰기 특급), 藏(감출 장, 쓰기 2급), 顙(이마 상, 읽기 특급, 쓰기 급수 없음), 闕(대궐 궐, 쓰기 1급) 등 한자능력급수 쓰기 3급 이상의 한자 약 240자를 작성하게 했다.

또 이 학교 특수교사는 처음에 A 학생의 한자쓰기 과제를 도와주다가, 학생이 너무 힘들어하자 담임교사 C씨에게 한자 과제에서 제외해주거나 과제량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C씨는 “단 한 글자라도 스스로 하는 버릇을 들일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도움반이라고 열외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또 A 학생이 한자를 다 못 써오면 복도로 내보내거나 특수교사의 도움을 받았다고 큰소리로 혼내기도 했다.

A 학생은 이 일로 대학병원에서 ‘중증도 이상의 불안, 신체 증상이 관찰되며, 과각성 양상을 보인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교사 C씨는 A 학생의 부모와 교감, 특수교사 등이 모인 회의에서 “단 한 글자도 한자를 못 쓰면 장애인학교에 보내셔야지, 왜 그거를 어른이 쓰게 하시고”, “저는 교육 철학대로 한 겁니다”, “(저의 교육 철학은)그러니까 다 공평하게 다 쓰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또 수행평가에서 배제당한 B 학생의 경우, 처음부터 B 학생을 제외한 수량으로 시험지를 나눠주고, 설사 학생이 거부 표시를 했다 하더라도 시험이 시작된 이후 시험지를 나눠주려고 다시 시도하는 등의 조치가 없었다고 인권위는 판단했다.

심지어 해당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자 C씨는 ‘말을 새어나가게 한 학생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며, 그 학생에게 실망했다’는 내용의 단체 문자를 학급 학생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에 인권위는 일련의 사건들이 단순한 일회성 과실이 아닌 장애학생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기반한 행위라고 봤다. 또 피해자가 불안 증상과 트라우마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점을 고려해 강원도교육감에게 해당 교사를 징계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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