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이라도 찾는다” 강원 양구 백석고지 6·25 유해발굴 현장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21사단 장병들이 강원 양구군 백석산 고지에서 작업을 시작한 지 17일 만에 수습한 전사자의 두개골 부위. 이날 수습된 유해는 약식 제례를 마친 후 국방부 유해발굴단의 DNA 감식 등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유해발굴팀과 21사단 장병들이 강원 양구군 백석고지에서 발굴한 전사자들의 유골을 운구하고 있다. 운구 행렬 뒤편으로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피의 능선’이 보인다.
작업 17일째에 드디어 발굴병의 붓끝 사이로 전사자 두개골 부위 일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발굴병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 옆 무너진 참호에서는 녹슨 탄피와 총탄에 구멍 난 수통도 발견됐다. 당시의 참혹한 전투 장면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유해발굴팀 김명환 상병은 “실제 전투가 있었던 곳을 꼼꼼히 살펴 한 분이라도 더 수습할 수 있다”며 “아무리 날씨가 더워도 마스크와 장갑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발굴 과정에서 행여나 침이 튀면 DNA 검사에 오류가 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병들이 백석고지에서 수습된 유골함에 ‘6·25 전사자지구’라는 붉은 천을 덮고 있다.
강원 양구군 백석산 정상에서 한 병사가 약식 제례를 준비하고 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백석산 고지에서 수거한 녹슨 탄피와 탄창.
강원 화천군 민통선 안에서 유해발굴팀이 조심스럽게 작업을 하고 있다.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은 이름 모를 산야에 홀로 남겨진 호국 영웅들의 유해를 찾아 가족의 품에 인계한 후 국립현충원에 모시는 숭고한 보훈사업이다. 2000년 4월 6·25 전쟁 50주년 기념사업으로 한시적으로 시작했다가 2007년 국방부 유해발굴감시단이 창설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까지 국군 전사자 유해 약 9800여위를 찾았으며, 128분의 신원을 확인하여 조국과 가족의 품으로 모셨다. 하지만 아직까지 뼈 한 조각도 찾지 못한 6·25 전사자 수가 12만 3000여명이나 된다.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비무장지대(DMZ) 유해 발굴 작업을 남북이 함께 하자고 제안한 가운데, 조만간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사망한 미군 유해 200여구가 송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DMZ에는 수습되지 못한 국군 전사자만 1만명이 넘는 걸로 추정되고 있다. 68년 전 총부리를 겨눴던 남과 북이 함께 DMZ에서 6·25 전사자의 유해 수습에 나서게 된다면 이 또한 역사적 남북 화해의 한 장면이 될 것이다.
백석고지에서 만난 류수은 유해발굴팀장은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국가와 국민의 약속”이라며 “마지막 한 분을 모시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산에서의 유해 발굴 작업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능선 너머로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활동을 끝내야 했다. 유해발굴팀은 미수습된 호국 영령들의 유해 앞에서 내일 다시 찾아오겠다며 ‘묵념’을 올렸다.
글 사진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2018-06-25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