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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공연권료/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공연권료/박현갑 논설위원

박현갑 기자
박현갑 기자
입력 2018-05-29 22:52
업데이트 2018-05-2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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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장에서 홈팀 선수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나오던 ‘등장곡’이 사라진 지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등장곡의 작사ㆍ작곡가 21명이 저작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프로야구 구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구단들이 분쟁 시비를 없애려 등장곡을 틀지 않아서다.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저작물에 대한 배타적 독점적 권리’, 즉 저작권이 문제다. 저작권은 저작 재산권과 저작 인격권으로 나뉜다. 작사·작곡가들이 문제 삼은 것은 저작 인격권이다. 이들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통해 저작 재산권은 보호받으나 구단들이 개사, 편곡 등을 통해 자신의 저작물을 변형해 저작물의 내용과 형식을 동일하게 유지할 권리인 저작 인격권을 침해받았다는 것이다.

최근엔 저작 재산권의 하나인 공연권이 문제가 되고 있다. 공연권은 내 노래가 공연되거나 공연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권리다. 법률적으로는 매장에서의 음악 재생도 포함될 수 있다. 기본 전제는 영리를 목적으로 공연하는지 여부다.

공연권 문제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지난 28일 SPC 등 프랜차이즈 본사와 편의점 본사에 지난 5년간 매장에서 재생한 음악에 대한 공연권료를 내라는 내용증명을 보내면서 불거졌다. 하이마트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자사 가전제품 매장에서 저작권협회의 허락도 없이 협회가 관리하는 음원을 재생했다며 낸 소송에서 이긴 게 근거다.

“법 개정 전에 틀었던 걸 요구하는, 말도 안 되는 협박 아닌가요”라거나 “앞으로는 저작권료 시비에서 자유로운 클랙식만 틀어야 하나”라고 가맹점주나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하소연한다. 저작권법 개정으로 오는 8월부터는 커피점이나 헬스장 등에서 음악을 틀 경우 스트리밍료와 별개로 공연권료를 내야 한다. 그런데 과거 5년치 공연 사용료를 내라고 하니 어안이 벙벙하다는 눈치다.

디지털 시대에 복제 및 변형은 어렵지 않다. 카피 라이트(저작권) 보호가 그만큼 중요하다. 반면 카피 레프트(오픈 저작권) 목소리도 높다. 창작자와 이용자 간 경계가 무너진 공유경제 시대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전 세계적 패러디화는 카피 레프트의 대표 사례다.

창작자 권리는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소급 적용은 이해하기 어렵다. 매장에서 음악을 틀 때와 안 틀 때의 영업이익 차이에 대해 영업장별로 그 금액을 구분할 수 있을까. 엄포성이라면 빨리 접기를 바란다. 저작권 보호는 당연한 일이지만 협박 수단으로 삼는 건 창작자 보호 취지에 위배된다.

eagleduo@seoul.co.kr
2018-05-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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