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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임원 채용하라” 기업 압박하는 아베

“여성 임원 채용하라” 기업 압박하는 아베

이석우 기자
입력 2018-02-28 22:16
업데이트 2018-02-28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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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구태 얽매인 상장기업들 진부한 중년男 모임 전락” 지적

아베 신조 정부가 상장기업들에 대해 여성 이사 기용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올봄에 개정하는 ‘기업 지배구조 지침’(거버넌스 코드)에 관련 방침을 밝히고, 이사회에 여성이 전무한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자 및 언론 등에 그 이유를 밝히도록 할 계획이다.

거버넌스 코드는 기업 운영 방향 및 이사회 결정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공식적인 강제력은 없다. 그러나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금융청과 도쿄증권거래소가 만든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강제력을 지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일 “금융청이 3월 자문회의 및 의견 수렴을 거쳐 젠더(성)와 국제성을 포괄하는 이사회의 다양성 증대 방안을 요구하는 규정을 거버넌스 코드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의 상장기업들의 여성 임원 비중은 3.7%로 20~30%대인 서구의 5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내각부에 따르면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2015년 기준 프랑스 34.4%, 영국 23.2%, 미국 17.9% 등이었다.

아베 정부는 2020년까지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앞서 2013년 상장기업의 임원 중 최소 한 명은 반드시 여성으로 기용하도록 경제계에 요청한 바 있다. 2015년에는 유가증권 보고서에 여성 임원 비율을 나타내도록 의무화했다.

아베 정부는 여성 이사가 늘어나면 이사회의 구성이 다양해지는 동시에 기업 의사결정 과정이 유연하고 투명해지는 등 경쟁력이 높아지고, 기업 가치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성 이사진이 늘면 오랜 관습과 구태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일본 상장기업의 이사회는 몇몇 명문대학을 나온, 비슷한 학교와 경력을 지닌 ‘중년 아저씨들의 클럽’으로 전락해 식상한 의견에 진부한 결정을 내린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그러나 현재 이사진에 오를 여성 후보가 한정돼 있다는 것이 문제다.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2016년 여성 관리직의 비율은 12.1%에 불과했고, 부장급은 6.5%에 그쳤다. 여성 임원을 등용하기 위해선 우선 여성 관리직을 더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 인력의 희소성 탓에 몇몇 여성 변호사와 교수, 전문경영인들이 여러 곳의 사외이사를 겹치기로 맡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2018-03-0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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