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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성’ 빗장 풀리는 가상화폐…과세 탄력 받나

‘익명성’ 빗장 풀리는 가상화폐…과세 탄력 받나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1-21 10:47
업데이트 2018-01-2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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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등 거래정보에 정부 접근 가능해져…소득세 과세 기반 확보 가능

금융·세정당국이 가상화폐의 거래 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는 안을 추진함에 따라 가상화폐에 대한 소득세 과세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거래 내역에 대한 투명성 제고가 가상화폐의 익명성을 무너뜨려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을 막을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최근 가상화폐의 비이성적 투기 광풍 사례에 비춰 적절한 규제와 통제가 있어야 관련 산업의 안정적인 성장이 보장될 것이라는 의견에 더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21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거래자의 매매 기록을 보관하도록 하는 내용을 가상화폐 관련 자금세탁방지 업무 가이드라인에 담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있는 은행이 고객인 거래소에 거래 기록을 보관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여하고, 매매 기록·유지 여부를 은행을 통해 확인한다는 것이다.

가상화폐는 거래정보가 거래 주체에 분산 저장되는 특징이 있어서 금융당국이 거래의 세부 내용을 모두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가상화폐 사용자들은 대부분 거래소를 통해 계좌를 개설하고 거래를 하기 때문에 거래소를 통한다면 가상화폐 거래정보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거래소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 마련되면 정부가 은행을 통하지 않고 직접 거래소를 통제할 수도 있다.

정부가 사실상 거래소가 확보한 가상화폐 거래 내역을 모두 들여다 볼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이와 유사한 내용의 규제안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 뉴욕주 금융감독청이 2015년 8월 발표한 가상화폐 규제안 ‘비트라이센스’에는 거래소 사업자가 거래규모·일시 등의 내용을 의무적으로 기록하고 1만 달러 이상의 개별거래는 당국에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자금세탁 방지’가 목적이지만 일단 가상화폐 거래 정보에 정부가 접근할 수 있게 되면 이 정보들은 과세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도 있다.

현재 과세당국은 세무조사 등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거래소가 보유한 가상화폐의 개별 거래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거래소가 수수료 수입분에 대한 부가가치세 신고를 할 때 세부적인 거래정보까지 다 신고를 하지 않는다”며 “세무조사 등이 아니면 원칙적으로 강제로 내역을 들여다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가상화폐 개별거래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되면 시세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정부는 현재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양도소득세·거래세 부과를 검토 중이지만 거래세와 달리 양도소득세는 과세를 위한 개별거래 정보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 걸림돌로 지적돼왔다.

다만 가상화폐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가 가능해져도 주식·채권 등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거나 제한적으로 과세되는 자산과의 형평성 문제가 논란이 될 여지는 있다.

또 양도소득 계산을 위해서는 자산에 대한 평가 등 회계 기준이 필요한데 가상화폐의 가치는 거래소마다 제각각이어서 이 부분 역시 과세에 앞서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가상화폐의 거래정보에 대한 접근성 확대가 오히려 가상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보의 분산 저장을 통한 익명성은 가상화폐의 정체성으로 여겨질 만큼 중요한 특징이다.

하지만 거래정보에 정부가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게 되면 가상화폐 거래가 위축돼 기술 발전이 제한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가상화폐 거래, 특히 거래소에 대한 어느 정도의 통제와 규제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조세회피나 자금세탁을 방지하고 가상화폐 시장이 지속 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하려면 적절한 규제는 실보다 득이 더 크다는 것이다.

다만 거래정보가 확보된다고 해서 가상화폐의 익명성으로 초래되는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해외계좌를 이용한 가상화폐 상속·증여처럼 거래소 밖 가상화폐의 이동은 개인의 자발적인 신고가 아닌 이상 사실상 파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지나친 규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만큼 가상화폐에 대해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것은 이런 배경과 관련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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