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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플레이보이 인쇄판 폐간/김균미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플레이보이 인쇄판 폐간/김균미 수석논설위원

김균미 기자
입력 2018-01-08 20:56
업데이트 2018-01-08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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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한 성인 남성이라면 한 번쯤은 봤을 미국 성인잡지의 대명사 ‘플레이보이’가 가판대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출판물 시장의 축소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64년 동안 발행해 온 인쇄판 잡지를 폐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전했다. 지난해 잡지를 창간한 휴 헤프너가 세상을 떠난 것도 인쇄판 폐지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벤 콘 플레이보이 최고경영자는 WSJ에 “출판물만이 독자와 소통하는 최고의 방법인지 의문이 든다”며 인쇄판 폐간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대신 온라인 콘텐츠와 브랜드 사업을 확대,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플레이보이가 인쇄판 폐간을 확정하면 미국 3대 성인잡지 중에서 허슬러만 인쇄판을 유지하게 된다. 펜트하우스는 앞서 2016년 1월 인쇄판을 접고 웹사이트와 모바일에 집중하고 있다.

휴 헤프너가 1953년 12월 어머니로부터 빌린 1000달러를 포함해 8000달러로 시작한 플레이보이 잡지는 누드 사진을 표지에 싣는 등 과감한 시도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메릴린 먼로가 등장한 창간호는 5만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1972년 11월호 발행 부수가 716만부로 최고를 기록했고, 전성기인 1975년에는 매호 발행 부수가 560만부에 이르렀다. 미국 남자 대학생의 4분의1이 정기 구독하거나 사서 볼 정도로 인기였다. 하지만 경쟁 잡지들이 늘어나고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누구나 손쉽게 누드 사진을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 현재 격월간으로 발행되고 발행 부수도 50만부에 못 미친다. 매년 700만 달러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2016년 3월부터 인쇄판 표지에 여성 누드 사진을 게재하지 않다가 1년 만에 철회했다.

플레이보이는 다른 성인잡지들과는 달리 격조 높은 단편소설들과 유명 인사 인터뷰로도 이름을 날렸다. 소설 ‘뿌리’의 저자 앨릭스 헤일리의 마틴 루서 킹 목사와 맬컴 엑스 인터뷰, 지미 카터와 빌 클린턴, 스티브 잡스 인터뷰도 모두 플레이보이에 실렸었다.

잡지 산업, 아니 종이신문산업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잡지의 상징인 누드 사진마저 포기하며 변화하는 온라인 환경에 적응하려다 실패하고 급기야는 인쇄판 폐간까지 검토하고 있는 플레이보이가 어떻게 변신할지, 과연 성공할지 궁금하다. 플레이보이의 인쇄판 폐간까지 불러온, 모바일 속에 넘쳐나는 성인 관련 콘텐츠에 대한 우려도 따라서 커지고 있다.
2018-01-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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