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2g 한 뼘 ‘사랑이’ 태어난 날 엄마는 1% 희망을 놓지 않았다

입력 : ㅣ 수정 : 2018-07-12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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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가장 작은 ‘사랑이의 기적’
체중 302g, 키 21.5㎝로 태어난 이사랑 아기가 지난 1월 26일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기관지에 폐표면활성제를 투여하는 치료를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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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중 302g, 키 21.5㎝로 태어난 이사랑 아기가 지난 1월 26일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기관지에 폐표면활성제를 투여하는 치료를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302g. 유난히 추웠던 지난 1월 25일 서울아산병원 신관 6층 분만실에서 태어난 ‘이사랑’(여)은 손가락 하나, 발가락 하나도 쉽게 잡을 수 없는 가냘픈 모습이었다. 사랑이 엄마는 인공수정으로 어렵게 아이를 가졌지만 갑작스러운 임신중독증으로 예정보다 4개월이나 빨리 제왕절개로 아이를 출산할 수밖에 없었다. 400g 미만의 초극소저체중미숙아(초미숙아)가 생존할 확률은 1%. 키 21.5㎝의 사랑이는 폐가 완전히 생성되기도 전에 태어나 소생술을 써서 가까스로 심장을 뛰게 할 수 있었다. 또 기관지에 ‘폐표면활성제’를 투여해야 겨우 숨을 몰아쉬는 등 생존이 쉽지 않아 보였다. 그렇지만 의료진과 이인선(42)·이충구(41·남편)씨 부부는 사랑이를 포기할 수 없었다.
초미숙아로 태어난 사랑이의 어머니 이인선씨와 아버지 이충구씨가 사랑이를 품에 안고 활짝 웃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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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미숙아로 태어난 사랑이의 어머니 이인선씨와 아버지 이충구씨가 사랑이를 품에 안고 활짝 웃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초미숙아는 호흡기계, 신경계, 위장관계, 면역계 등 신체 모든 장기가 미성숙한 상태로 태어난다. 출생 직후부터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 미숙아 동맥관 개존증, 태변 장폐색증, 괴사성 장염, 패혈증, 미숙아 망막증 등의 합병증을 경험할 위험이 높고 체중이 적을수록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작은 주삿바늘을 사용하려 해도 바늘 길이가 사랑이의 팔뚝 길이와 비슷해 삽입이 쉽지 않았다. 몇 방울의 채혈만으로도 바로 빈혈이 생기기 때문에 채혈도 어려웠다. 가장 큰 난관은 의료장비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오로지 의료진의 노력으로 아이를 살릴 수밖에 없었다.

주치의인 정의석 신생아과 교수와 이병섭 신생아과장을 비롯해 김기수·김애란 교수 등 초미숙아 전문가가 모두 모였다. 전 세계적으로 300g 미만의 초미숙아는 생존 사례조차 없다. 그런데 사랑이가 태어난 지 1주일째 몸속의 양수가 빠지면서 체중이 295g까지 떨어졌다. 의료진은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인공호흡기 치료로 생명의 끈을 붙잡으면서 체중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3개월 뒤 기적적으로 사랑이의 몸무게는 600g이 됐다. 사랑이 엄마 이씨는 미숙아 괴사성 장염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모유 수유라는 말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모유를 유축했다. 몸이 불편한 아내를 대신해 남편 이씨는 매일 병원으로 모유를 가지고 와 사랑이를 응원했다. 잠을 줄여가며 돌봤던 사랑이는 100일을 넘겼고, 그제서야 부부는 웃으며 기념 촬영을 할 수 있었다. 169일간의 집중 치료를 마친 사랑이의 몸무게는 지금 3㎏으로 늘었다. 12일 사랑이를 안고 병원을 나선 이인선씨는 “가족 모두 사랑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단 한순간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중환자실 의료진 모두가 사랑이의 아빠, 엄마가 돼 헌신적으로 보살펴 줬다”고 환하게 웃었다. 정 교수는 “손바닥 한 뼘도 되지 않는 사랑이를 처음 봤을 때 그 작은 아이가 가쁜 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니 그저 살리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며 “위기 상황 때마다 사랑이 스스로 극복해 내는 것을 보면서 생명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사랑이는 국내에서 보고된 초미숙아 중 가장 작은 아기로 기록됐다.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운영하는 400g 미만 초미숙아 등록 사이트에는 세계에서 26번째로 작은 아기로 등재된다. 500g 미만 초미숙아는 2014~2016년 163명이 출생했고 생존율이 점차 높아져 28%에 도달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2018-07-1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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