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하복’ 옛말…내홍으로 터져나온 달라진 검찰 조직문화

입력 : ㅣ 수정 : 2018-05-1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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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폭로·문제 제기에 ‘검사동일체 원칙’ 무력화…기강 논란도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을 둘러싸고 평검사와 검사장급 고위 간부가 검찰총장에게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거진 검찰 내홍 사태는 상명하복과 폐쇄성으로 대표되는 조직문화에 상당한 균열이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내 항명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엔 법률에 규정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문제 삼으며 조직 규율을 흔들었다는 점에서, 한상대 검찰총장이 내부 반발로 물러난 2012년 이른바 ‘검란’(檢亂) 사태보다 충격파가 더 크다.


당시 ‘특별수사의 총본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에 반발한 검사들이 검찰총장을 퇴진시키면서까지 외풍으로부터 조직을 보호하려 애썼다면, 특정 사건 처리 방향을 둘러싼 조직 수장과 의견 대립이 폭로 형태로 터져 나온 이번 사태는 ‘검사동일체 원칙’이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읽힌다.

검사동일체 원칙은 검찰이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상부 지시에 복종하는 유기적 조직체라는 뜻으로 쓰였다.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검찰청법 조항이 2003년 개정되면서 법적으로는 사실상 폐지됐다. 그러나 상명하복 문화는 이후에도 여전히 조직운영의 근간으로 여겨졌고, 외부의 개혁 요구가 있을 때마다 검사들이 보여준 일사불란한 집단행동의 원동력으로 여겨졌다.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에서는 공식적인 지휘·결재를 통해 이른바 ‘깎고 다듬는’ 과정을 거치면서 오류나 미진한 부분을 바로잡고 법리 검토를 거쳐 종합적인 의사 결정을 내린다는 인식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명령에 불복종하거나 조직 바깥에서 문제를 공론화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했다. 이 때문에 검사동일체 원칙이 실질적으로도 무력해진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던 터였다.

이번 사태는 춘천지검에서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을 수사한 안미현 검사가 지난 2월 TV에 나와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게 시발점이 됐다. 지난해 7월 당시 제주지검 진혜원 검사는 자신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을 법원에서 회수해온 차장검사 등 직속상관에 대한 감찰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재경 지검의 한 간부는 “검찰권 행사가 전국적으로 통일돼야 한다는 점에서 검사동일체 원칙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조직문화 측면에선 사라진 지 오래”라며 “최근 일부가 겉으로 드러났을 뿐 일선 조직문화는 다른 정부 부처나 사기업 못지않게 자유로워졌다”고 말했다.

민감한 사안이 생길 때마다 임시 수사팀을 구성하고 주요 결정을 외부기구에 묻는 최근 검찰의 사건처리 방식이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점적 권한을 내려놓기 위한 검찰개혁 과정의 진통으로도 해석된다.

김우현 대검 반부패부장 등의 직권남용 혐의를 놓고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해 자신이 도입한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거부하면서 자기모순에 빠진 셈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한 변호사는 “수사심의위원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말인데, 그러려면 위원회를 왜 그렇게 공들여 만들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심의위원회 의견에 따라 안태근 전 검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으로부터 ‘범죄가 성립하는지도 다툴 부분이 많다’는 취지의 굴욕적 기각 결정을 받은 문무일 총장의 고육지책이었을 거라는 평가도 있다.

항명과 내홍의 형태로 터져 나오긴 했지만, 이번 사태가 결과적으로 조직에 긍정적 자극이 될 거라는 데는 검찰 안팎의 견해가 대체로 일치한다.

최용훈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장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에 “외관상 상하관계라고 하더라도 동료로서 서로 존중하고 공감을 이뤄가는 구체적 노력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실천할 것인지, 조직의 밝은 미래를 함께 맞이하는 동료의식과 연대감을 어떻게 확산해갈 것인지 고민해볼 재료”라고 썼다.

검찰개혁 기구에 참여하는 한 변호사는 “수뇌부와 일선 수사조직 사이에 이견이 발생했을 때 예전처럼 위에서 찍어누르는 대신 협의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크게 일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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