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직지’ 볼 수 있을까…‘압류 면제’ 조항에 걸린 운명

입력 : ㅣ 수정 : 2018-01-1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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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전시 추진…국회서 잇따라 토론회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 법률과 문화재 분야 전문가들이 모였다. 이들이 논의한 주제는 ‘국외 문화재의 한시적 압류 면제 조항의 법제화’. 지난달 29일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된 토론회다.
현존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약칭 직지) 하권 1장. 연합뉴스

▲ 현존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약칭 직지) 하권 1장.
연합뉴스

한시적 압류 면제는 외국에 있는 우리 문화재가 전시 등의 목적으로 잠시 들어왔을 때 압류나 몰수 조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국민의 문화 향유권 증진과 원활한 유물 대여를 위해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다.


문화계에서 문화재의 한시적 압류 면제 법제화가 쟁점으로 등장한 데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오는 12월부터 여는 ‘대고려전’이 계기가 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고려 건국 1천100주년을 맞아 기획한 이 전시에서 세계 각국에 흩어진 고려 유물을 모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중 핵심이라고 할 만한 유물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하 직지)이다.

직지는 청주 흥덕사에서 고려 우왕 3년(1377)에 간행한 책으로, 하권만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다. 조선 고종 때 서울에서 근무한 프랑스인 플랑시가 수집한 장서에 포함됐다가 골동품 수집가 앙리 베베르를 거쳐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됐다.

직지가 프랑스로 빠져나간 시점은 정확하지 않지만, 한국 사람들이 국내에서 한 세기 넘도록 실물을 보지 못한 것만은 확실하다. 이전에도 다른 기관이 직지의 국내 전시를 여러 차례 추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한국을 대표하는 박물관인 국립중앙박물관에도 직지의 대여를 꺼리는 이유는 압류 면제 조항이 명문화돼 있지 않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직지는 약탈·도난 문화재가 아니어서 한국이 환수를 주장할 명분이 사실상 없지만, 프랑스 측이 국내 전시 이후 반환이 미뤄지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구 열강의 이권 침탈과 일제 식민지배를 겪으면서 수많은 문화재가 유출된 우리나라의 역사와 정서를 고려하면 압류 면제 조항 신설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회 토론회에서도 압류 면제 법제화를 찬성한다는 주장과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는 견해가 맞섰다.

오승규 중원대 교수는 “이미 많은 국가가 압류 면제의 입법이 완료됐거나 추진되고 있다”며 “문화재 반환과 문화적 권리 향유를 조화롭게 운영하는 것이 국제적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압류 면제 조항이 없다면 점유자의 입장에서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에 유물을 보낼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최용전 대진대 교수는 명백하게 불법적이고 부당한 절차로 빠져나간 문화재나 소유권 분쟁에 얽힌 문화재는 압류 면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국내 전시를 위한 압류 면제 대상 문화재를 정할 때는 반출 경로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어 “외교·통상·기증 등 합법적 방법으로 반출된 문화재를 목록화하고 압류 면제 문화재로 지정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학계에서는 전시를 위한 압류 면제 법제화의 필요성에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불법 반출 문화재의 경우 환수 가능성을 열어두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된다는 것이다.

학계 관계자는 “문화재는 누가 소유하느냐도 관심사지만, 어떻게 활용되는가도 중요하다”며 “직지만 하더라도 많은 국민이 자주 볼 수 있다면 압류 면제 법제화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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